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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론 기초] ch2. 합집합, 교집합, 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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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집합과 "또는" 의 의미

 

  주어진 두 집합 $A,B$ 에 대해 $A$ 의 모든 원소와 $B$ 의 모든 원소로 하나의 집합을 구성할 수 있다. 이 집합을 $A$ 와 $B$ 의 합집합(union)이라고 하며 $A\cup B$ 라고 표기한다. 형식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A\cup B=\{x:x\in A\text{ or }x\in B\}$$

  하지만 여기서 잠시 논의를 멈추고, "$x\in A$ 또는 $x\in B$" 라는 표현의 이미하는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하자.

 

  일반적인 일상 용어로서의 "또는" 은 모호하다. 종종 "P 또는 Q" 는 "P 또는 Q, 또는 둘 다" 를 의미하거나 "P 또는 Q, 둘 중 하나" 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그 맥락을 보고 결정하기 마련이다. 수학에서는 이러한 모호함을 허용하지 안흔다. 반드시 하나의 의미를 선택하고 고수해야 하며,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혼선이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수학자들은 "P 또는 Q" 가 "P 또는 Q, 또는 둘 다" 를 의미한다고 하기로 합의하였다. 만약 "P 또는 Q, 둘 중 하나" 를 말하고자 할 때는 분명하게 "둘 중 하나" 라는 말을 포함시켜야 한다.

 

  이러한 합의 하에 $A\cup B$ 의 의미는 더이상 모호하지 않다. $A\cup B$ 는 $A$ 또는 $B$ 또는 둘 다에 속하는 모든 원소로 구성된 집합이다.

 

 

교집합과 공집합, "~이면 ~이다" 의 의미

 

  주어진 집합 $A,B$ 로 새로운 집합을 만드는 다른 방법은 $A$ 와 $B$ 의 공통부분을 취하는 것이다. 이 집합을 $A$ 와 $B$ 의 교집합(intersection)이라고 하며 $A\cap B$ 라고 표기한다. 형식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A\cap B=\{x:x\in A\text{ and }x\in B\}$$

 

  하지만 $A\cap B$ 의 정의에도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이 문제점은 "그리고" 의 의미가 아닌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다. 만약 $A$ 와 $B$ 가 공통부분을 갖지 않는다면, 이런 경우 기호 $A\cap B$ 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경우를 처리하기 위해 특별한 예외를 둘 것이다. 기호로 $\varnothing$ 라고 표기하는 공집합(empty set)이라는 특별한 집합을 정의하자. 이는 "원소를 가지지 않는 집합" 으로 다뤄진다.

 

  이러한 약속을 이용하여, $A$ 와 $B$ 가 공통의 원소를 갖지 않는 경우

$$A\cap B=\varnothing$$

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A$ 와 $B$ 가 서로소(disjoint)라고 표현한다.

 

※ 서로소 대신 분리되었다(separated)라고도 말하자고 제안하고싶을 수 있으나, 이는 위상수학에서 연결집합(connected set)을 정의하는 과정에 이미 쓰여지고 있는 용어임에 주의하자.

 

  혹자는 "공집합" 이라는 표현이 신경쓰일 수 있다. 어떻게 안에 아무것도 없는 집합이 있을 수 있는가? 이러한 고민은 마치 오래 전 숫자 0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 생겨난 고민과 닮아있다.

 

  공집합은 그저 하나의 약속일 뿐이며, 수학자들은 공집합 없이도 잘 해냈었다. 하지만 이는 분명 편리한 약속이며, 정리를 서술하고 증명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색함을 덜어낸다. 이러한 약속 없이는 $A\cap B$ 라고 쓰기 전에 반드시 $A$ 와 $B$ 가 공통의 원솔르 갖는지 증명해야할 것이다. 비슷하게, $A$ 의 원소 중 "어떠한 성질" 을 갖는 원소의 집합 $C$ 와 같은 정의는 $A$ 의 원소 중 주어진 성질을 만족하는 원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용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 차라리 $A\cap B$ 와 $C$ 가 공집합이라고 말하는 편이 편리하다.

 

  공집합 $\varnothing$ 은 그저 약속에 불과하므로, 이를 비롯하여 앞서 소개된 개념과 관련된 다른 약속을을 하지 못할 것도 없다. $\varnothing$ 은 "원소가 없는 집합" 으로 생각되므로, 모든 대상 $x$ 에 대해 $x\in\varnothing$ 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약속하자. 비슷하게, 합집합과 교집합의 정의는 모든 집합 $A$ 에 대하여 다음의 식이 성립함을 보여준다.

$$A\cup\varnothing=A\qquad A\cap\varnothing=\varnothing$$

 

  공집합에 대한 포함관계를 약속하는것은 다소 까다롭다. 주어진 집합 $A$ 에 대해, $\varnothing\subset A$ 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다시한번 우리는 수학자들이 일상 언어를 빌려오는 방식에 유의해야 한다. $\varnothing\subset A$ 를 짧게 말하면 "공집합의 모든 원소는 $A$ 에 속한다" 라고 할 수 있고, 더 형식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대상 $x$ 에 대해, 만약 $x$ 가 공집합에 속한다면 $x$ 는 $A$ 에도 속한다" 라고 한다.

 

  이러한 표현은 참인가 거짓인가? 이러한 약속에 동의하는 사람도,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토론이 아닌 합의이다. 위 문장은 "~이면 ~이다" 형태로 되어있으며, 이는 일상용어로서 모호한 부분이 있다. "P이면 Q이다" 라고 하면 언제나 "P가 참이면 Q도 참이다'" 를 의미하지만, 종종 동시에 "P가 거짓이면 Q는 반드시 거짓이다" 를 의미하기도한다. 이는 "또는" 이라는 단어의 사용에서 나타난 모호함과 유사하다. 이를 예를 들어 재구성해보자.

 

  "만약 어떤 학생이 선형대수학을 듣지 않았다면, 해석학을 들었을 것이다."

  "만약 네가 기말에서 70점 미만을 맞는다면, 너는 이 강의에서 낙제할 것이다."

 

  맥락상으로, 어떤 학생이 아직 선형대수학을 수강하지 않았다면, 해석학을 수강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형대수학을 들은 학생이 해석학을 들었을지, 듣지 않았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반면 당신이 기말고사에서 최소 70점 이상을 맞는다면, 반드시 낙제하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돌아와서, 수학자들은 모호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반드시 단 하나의 의미를 선택해야 하며, 수학자들은 "~이면 ~이다" 의 의미로 전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따라서 "P이면 Q이다" 라는 표현은 "P가 참이면 Q도 참이고, P가 거짓이면 Q는 참일수도 있고 거짓일수도 있다" 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실수에 대해 "$x>0$ 이면 $x^3\neq 0$ 이다" 라는 표현을 생각해보자. 여기서 "P이면 Q이다" 라는 표현의 가정(hypothensis)인 P에 "$x>0$" 이 대응하고, 결론(conclusion)인 $Q$ 에  "$x^3\neq 0$" 이 대응한다. 참고로 이는 참인 표현이며, 가정인 "$x>0$" 가 성립하는 모든 경우에 결론인 "$x^3\neq 0$" 이 성립하게 된다.

 

  실수에 대한 또다른 표현으로 "$x^2<0$ 이면 $x=23$ 이다" 가 있다. 이 표현도 마찬가지로 가정이 성립하면 결론이 성립하므로 참인 표현이다. 물론, 이 예시의 경우 가정이 성립하도록 하는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종류의 표현을 종종 공허참(vacuous true)이라고 부른다.

 

  다시 공집합의 포함관계로 돌아오면 모든 집합 $A$ 에 대해 $\varnothing\subset A$ 가 성립합을 이해할 수 있다. $\varnothing\subset A$ 는 말하자면 "$x\in\varnothing$ 이면 $x\in A$ 이다" 이며, 이는 공허참이므로 참인 표현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ferences)

[1] James R. Munkres. (2000). Topology. Pearson College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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